많은 사람들은 감정이 올라왔을때 그 마음을 내가 다스려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그 마음을 이해가 필요한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어떤 불편한 감정이 내 마음속에 생겼을 때, 그 감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하지, 그 부정적인 마음의 상태를 이해하거나 그 마음과 친해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아마도 사람들은 '마인드 컨트롤' 혹은 '마음 다스리기'와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하면서도 '마음 알아가기'
혹은 '마음과 친해지기'와 같은 표현은 잘 하지 않는것 같다.
그런데 밀려오는 화, 짜증, 불안, 미움의 감정을 바꾸려고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분노, 미움 같은 부정적인 마음 상태가 '진흙'이라고 한다면, 마음이라는 물속에 진흙이 잔뜩 풀어져 온통 진흙탕이
됐는데, 어떻게 하면 그 진흙을 빨리 가라앉힐 수 있느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빨리 진흙을 가라앉히려고, 즉 부정적인 마음을 가라앉혀 평정을 유지하려고, 마음의 물속으로 손을 집어넣오 진흙들을 아래로 아래로 눌러 가라 앉혀보자, 결과는 어떤가? 오히려 손의 움직임 때문에 물속의 진흙은 더 어지럽게 흩어지지 않는가?
예를 들어, 누구를 심하게 질투하여 미워하는 마음이 올라왔을 때, 그 마음을 없애고 싶어 다른 좋은 생각을 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그 미워하는 마음이 다시 비집고 올라오지 않는가?
이러니, 내가 부정적인 마음 상태를 바꿔보겠다고 마음속으로 들어가 뭔가를 하려고 하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 부정적인 마음 상태만 한번 더 헤집어 놓는 결과만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내 스스로가 진흙탕과도 같은 부정적인 마음을 이해하고
또 그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사실 답은 간단하다.
그 올라온 마음을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 제삼자의 입장에서 한바짝 떨어져서 조용히 관조하면 된다.
즉, 진흙탕과도 같은 마음 그릇 안으로 내가 들어가서 어떻게 해보려는게 아니고, 마음 그릇에서 나와 침묵으로
그 감정들을 영화나 드라마 보듯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그렇게 관조자의 입장에서 내 마음을 바라보면, 나의 의식이 약간 뒤로 물러나는 듯한 느낌, 머리 뒤에서 내 마음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로 얼마 지나지 않아 불편한 마음 상태가 자기 스스로 천천히
다른 형태로 변하면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내가 그 감정들을 마음 그릇 안에 들어가서 직접 변화시켜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 그릇밖에서
조용히 관조하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저절로 감정 에너지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불편한 감정을 마음 그릇안에 들어가 직접 다스리려 하면 오히려 그 감정들을 더 헤집는 결과만 낳는 것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그렇게 자꾸 지켜보면 뭐가 좋나요?" "현실 회피 아닌가요?"
아니다. 오히려 이 과정은 현실 회피가 아닌 현실 직시이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현실 직시, 현재 벌어지고 잇는 내 마음의 상황을 직시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마음이라는 허공과 같은 공간에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잠시 일어났다 나의 의도와는 또 상관없이 사라지는 구름과 같다는 것을.
이 깨달음이 있고 나면, 화, 짜증, 불안, 미움의 감정이 일어나도 크게 끄달리지 않게 된다.
그것들을 내 것이라고 붙잡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내 마음 공간에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구름과도 같은 손님이기에.
마음을 다스리려 하지 말라. 그저 그 마음과 친해져서 그 마음을 조용히 지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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